하루 2시간 더 일했을 뿐인데… 급성심장정지 위험 1.63배 '수직상승', 질병청 공식 확인


물론 심부전, 심근경색, 부정맥과 같은 기존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급성심장정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나 저녁 근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과도한 연속 근무가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어 급성심장정지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와 관련된 한 국외 연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하루 7~9시간의 통상적인 근무를 하는 사람에 비해, 하루 11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원인인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무려 1.63배나 치솟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루에 고작 2~3시간의 추가 근무가 심장마비 위험을 60% 이상 끌어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장시간 노동이 더 이상 성공의 척도가 아닌 '소리 없는 살인자'가 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직장 내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실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금연,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업 차원에서 과도한 연속 근무를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야간 및 저녁 근무를 최소화하며, 업무 후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근로자의 심장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안전 문제가 되었다"고 역설하며, 개인의 건강을 넘어 조직과 사회가 함께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때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