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 더 일했을 뿐인데… 급성심장정지 위험 1.63배 '수직상승', 질병청 공식 확인

 매일 출근하는 당신의 사무실 책상이 실은 심장을 멈추게 하는 시한폭탄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경고가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연구 결과를 통해 과도한 업무와 불규칙한 근무 시간 등 현대 직장인의 근무 환경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그림자,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과로 문화가 근로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국가 기관이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급성심장정지는 심장의 전기적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기능이 멈추고 혈액 순환이 중단되는 치명적인 응급 상황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없으면 수 분 내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급성심장정지 발생 건수는 이미 10년 전인 2013년 2만 9천여 건에서 2023년 3만 3천여 건을 훌쩍 넘어서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끔찍한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심부전, 심근경색, 부정맥과 같은 기존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급성심장정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 결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나 저녁 근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과도한 연속 근무가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어 급성심장정지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와 관련된 한 국외 연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하루 7~9시간의 통상적인 근무를 하는 사람에 비해, 하루 11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급성심장정지의 주요 원인인 '급성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무려 1.63배나 치솟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하루에 고작 2~3시간의 추가 근무가 심장마비 위험을 60% 이상 끌어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장시간 노동이 더 이상 성공의 척도가 아닌 '소리 없는 살인자'가 될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직장 내 건강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과 실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금연,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업 차원에서 과도한 연속 근무를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야간 및 저녁 근무를 최소화하며, 업무 후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산업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것만큼이나, 이제는 근로자의 심장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안전 문제가 되었다"고 역설하며, 개인의 건강을 넘어 조직과 사회가 함께 근로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때임을 분명히 했다.